"부채·붓 드는 동작 힘들지만 美感 느꼈죠"

입력 2019-10-02 17:10   수정 2019-10-03 00:11

“‘춘향’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연상되는 수준 높은 클래식 발레입니다. 한국 고전이지만 예술엔 경계선이 없죠. 저의 ‘최대치’를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습니다.”

‘러시아 발레의 황태자’로 불리는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사진)가 지난 1일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춘향’ 연습 장면 공개 후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지난해 유니버설발레단 갈라 공연에서 ‘춘향’의 ‘초야’ 파드되(2인무)를 보고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올해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 35주년을 맞아 4~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춘향’의 몽룡 역을 제안했을 때 흔쾌히 응한 이유다. 그는 “러시아어로 번역된 ‘춘향전’을 꼼꼼히 읽으며 작품을 이해하려고 했다”며 “이미 만들어진 작품 속에 들어오긴 했지만 안무가와 소통하며 무용수에게 맞게 변화를 주기 때문에 이전과 다른 몽룡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2007년 초연된 ‘춘향’은 춘향과 몽룡의 애틋한 사랑을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창작 발레다. 쉬클리야로프는 “다른 발레 작품과 달리 부채나 붓을 많이 들고 있어야 하는 장면이 많아 힘들다”며 “하지만 그 안에 소도구들의 미(美)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춘향’은 긴장과 설렘(초야 파드되), 애틋한 슬픔(이별 파드되), 격정적 환희(해후 파드되)로 이어지는 감정선을 유지하면서도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초연 때 향단, 기생으로 무대에 서다가 2014년부터 춘향 역을 맡아온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강미선이 쉬클리야로프와 호흡을 맞춘다. 강미선은 “쉬클리야로프는 한국적인 추임새나 춤사위도 자기 것으로 소화했다”며 “여러 작품과 무대에 대한 경험이 많고 감정을 풍부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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